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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외

북미회담 날짜 "싱가포르서 내달 12일 열릴 듯"

북미회담 날짜 "싱가포르서 내달 12일 열릴 듯"



"나는 거래를 통해 삶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나에게 하나의 예술"


위는 1987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회고록 형태로 쓴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이라는 책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6월 12일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선언으로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자세에 북한은 일단 물러났다. 김계관 제1 외무차관은 25일 담화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어떤 형태로든 마주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중단을 전격 선언하고 9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다.



김 차관은 자신의 담화가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위임임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갑자기 일방적으로 회담 중지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의외의 일이며,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완전한 비핵화(CVID)와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교환하자는 '트럼프 모델'에 대해 "현명한 방안이 될 것을 은근히 기대했다"는 표현까지 썼다. 수십 년 동안 북한을 상대해 온 전·현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답지 않은 표현"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김 부상의 담화에 대해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론을 받은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쓰고 기자들에게 "싱가포르서 6월 12일에 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



우선 김계관 부상이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담화를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 한 직접 소통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보낸 서한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과 나 사이의 대화 뿐이다"(ultimately, it is only that dialogue that matters)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중재를 거치지 않고 스트레이트하게 1:1로 조율을 원한다는 뜻이다. 대미 소식통도 "미·북 간에 다시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물밑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대신 미·북 간 대화를 지켜봐 달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단을 발표한 뒤 백악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기회를 잡는 것은 북한의 지도자에게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25일자에서 "공은 김정은 위원장의 코트에 있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들도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 본인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또는 "편지"를 언급했다.



청와대 윤영창 국민 소통 수석 비서관은 25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후 기자 회견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소통할 필요를 확인하고 이를 위해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담화와 같은 소통 방식 외에도 정상의 의향이 반영 된다면 대면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영우 한반도 미래 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 안보 수석 비서관)은 중앙 선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쁜 거래(bad deal)를 할 바엔 회담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인만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회담 개최가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계관 부상의 발언을 보면 금방 북미 간 대결 구도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 안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 김 부상의 담화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스타일을 예상할 수 없는 북한이 놀라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발보다는 북미 간 비핵화 개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 위해 물밑 조정에 쌍방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